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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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범준
소속 성균관대학교
연구분야 물리 직위 교수
전자메일주소 홈페이지

1. 본인 및 현재 전공분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입니다. 통계물리학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2. 스웨덴의 Umea University에서 PostdocDocent로 계셨었는데요, Umea University로 가시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연구 환경이나 분위기 등에 있어서 한국과 다른 점, 특히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는 지도교수님과 의논하면서 해외 여러곳에 postdoc 지원을 했습니다. 이중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던 몇 곳 중에서 스웨덴의 Umea 대학교의 민하겐(Minnhagen)교수 그룹을 선택했죠. 민하겐 교수님은 제가 박사과정 중에 주로 연구했던 분야에서 상당히 잘 알려지신 분이기도 했고, , 스웨덴이라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두고 두고 많이 합니다. 민하겐 교수님과의 관계도 정말 좋았습니다. 의견교환을 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것이라도 누구나 마음껏 이야기 하는 것이 참 좋았어요. 북유럽의 독특한 분위기인 것도 같습니다. 귀국하기 전 몇 년은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조교수에 해당하는 직위로 연구도 하고 강의도 하고 했는데, 학생들 가르칠 때도 처음에는 문화적인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수를 너무 동등하게 대하는 학생들로 처음에는 좀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장점이 참 많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었죠. 한국에 들어온 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3. 통계물리학 분야에서는 어떤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신가요? 통계물리학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학부과정에서 실험 분야는 아무리 해도 난 안되는 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실험하면 항상 뭐가 잘 안되더라구요. 실험과목은 학점도 별로 안좋아요. 그러다 보니, 입자물리 이론과 통계물리 중 하나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 중에는 수식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입자물리 이론에 비해 통계물리가 전 더 재밌어졌어요. 대학원생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 통계물리 분야의 전통적인 연구 분야는 다양한 계에서의 상전이 현상입니다. 특히 초전도체와 관련이 있는 XY모형이 제 주된 연구분야였어요. 지금도 여전히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4. 연구 중에 힘들거나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연구를 진행하도 보면, 항상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생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답할 때도 많구요. 그럴때는 전 다른 연구주제로 관심을 바꿔 연구를 진행하고는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장벽에 막혔던 처음 문제로 돌아오면 의외로 해결방안이 떠오를 때가 있더군요. 제 대학원생들에게도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연구과제를 진행하도록 할 때가 많아요. A를 하다가 잘 안되면 B를 생각하고, 그러다 다시 A로 돌아오는 식으로요. , 같은 연구주제를 두명 이상이 함께 역할을 나눠 진행하는 것도 마주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쉽게 해줍니다. 심지어는 지금 맞닥뜨린 문제가 무엇인지 동료에게 설명만 하고, 동료는 들어주기만 하는데도, 설명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때도 있어요.



5. 연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서 엉뚱한 결과가 나올 때가 있어요. 보통 그런 것을 버그라고 하죠. 제 연구 중에, 버그 때문에 논문을 쓰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계산을 했는데, 상상도 못한 정말 재밌지만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너무 이상해서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실수가 있어서 그처럼 재밌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서, 버그의 영향을 제대로 올바로 반영한 문제를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서, 결국 연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답니다. 프로그램 실수로부터 결국 흥미있는 논문을 쓴 거죠. 그 논문은 제가 쓴 논문 중에서 인용수가 아주 많은 편에 속합니다. 버그로 시작해서 쓴 논문인데 말이죠.



6.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 통계물리학적 주제 외에도 최근 쓰신 것처럼 이름의 popularity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시기도 하는데요, 사회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이유가 있는지요.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크게 나눈 두 가지 주제가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물리학의 전통적인 분야인 통계물리학은, 상호작용하는 많은 입자로 이루어진 물리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입자를 사람으로 바꿔 다시 읽으면 상호작용하는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계가 되겠죠. 바로 우리 사회입니다. 통계물리학의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들이 사회나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질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이름의 유행에 대한 연구도 그런 방향의 연구입니다. 이름의 유행이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인데요. 사람들은 너무 낯설게 들리지는 않지만 또 너무 흔한 이름은 피하려고 한답니다. , 이름의 유행이라는 거시적인 패턴도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크게 준다고 생각해야 맞는 거죠.



7.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의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연구자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특히 통계물리학 분야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통계물리학 뿐 아니라 모든 물리학 분야가 마찬가지입니다만, 물리학자라면 항상 자기 눈앞에 놓인 수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그리고 눈앞에서 보고 있는 그래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연구 진행의 매 단계에서, 현실과의 접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물리학자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요? 통계물리학 분야에서는 일단 학생들의 관심의 폭이 넓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나중에 어떤 연구를 하게 될지 그 가능성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족보를 연구하기도 했고, 과거 대통령 선거결과를 살펴보기도 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현되려면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지를 연구하기도 했으니까요. 일단 많은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폭넓은 독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8. 근래에는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통계물리학적 접근을 이용한 사회 현상의 분석을 소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분석에 있어서 통계물리학적 접근만이 가지는 장점 또는 유용성이 있을까요?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주로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많이 이용합니다. 같은 사회현상이라도 통계물리학자들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이해하려고 한답니다. 사회과학의 연구는 많은 경우, 구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앞에서 잠깐 나온 이야기인, 이름의 유행에 빗대어 이야기 하자면,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이름이 유행하는지를, 그 이름이 영자라면 왜 하필 그 이름이 유행했는 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선호한다면, 물리학자들은 구체적인 이름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유행하는 이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유행하는 정도가 변하는 지, 즉 거시적이고 일반적인 패턴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두 가지 다른 방법에 좋고 나쁨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를 뿐이죠. 같은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은 문제의 이해를 훨씬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물리학적인 접근이 문제의 이해에 어느 정도 상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전 만족합니다.



9.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으시다면



앞에서 많은 말씀을 드려서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 제 책좀 팔아주세요. 사실, 꼭 제 책은 아니구요, 많은 분들이 과학 도서를 더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과학은 인류가 가진, 그나마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적 활동이거든요. 과학책으로 익힌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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